절정에 이른 펄잼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90년대 얼터너티브록의 명반 VS.

일찌기 80년대 후반 시애틀에서는 이미 촉망받는 젊은 밴드였던 그린 리버와 비운의 밴드 머더 러브 본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스톤 고사드, 제프 에이먼트 등을 중심으로 에디 베더, 마이크 맥크레디 등을 영입하며 결성한 펄잼은 91년 데뷔 앨범 Ten을 통해 너바나와 함께 일약 90년대초 얼터너티브록의 양대산맥으로 성장한다. 사실상 두 밴드의 색깔은 음악적으로나 이미지적인 면으로나 확연히 달랐지만, 당시 X 세대로 통칭되던 젊은이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펄잼의 경우 앨범 발매 후 한동안은 촉망받는 밴드 정도에 머물렀지만, 싱글 Alive, Even Flow, Jeremy 등이 연속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게 되었고, 싱글 외에도 앨범의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수년간 앨범 차트 정상권에 머물며, 적어도 판매고에 있어서는 Nevermind를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역대 얼터너티브록 밴드의 앨범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갖고 있다.
거대한 성공을 거둔 Ten 이후 2년여만에 발표한 2집 Vs.는 당시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던 밴드의 인기를 반영하듯 발매와 동시에 앨범차트 1위는 물론 5주간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하고, 당시 발매 첫주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5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각종 매체에서 집중 조명하는 등 센세이션에 가까울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지만 펄잼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투어에만 몰두했으며 뮤직 비디오 조차 만들지 않았다. 2집에 수록된 곡들은 Go, Animal, Daughter, Dissident 등의 싱글은 물론 Rearviewmirror, Glorified G, W.M.A., Rats 등 수록곡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전작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 VS.는 베이시스트 제프가 찍은 앨범 커버 아트에서 느껴지듯이 역대 펄잼의 앨범 중 가장 공격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앨범으로 평가되며, 아메리칸 하드록에 기반한 초기 펄잼 사운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메시지 역시 Daughter, W.M.A., Blood, Glorified G 등 사회성 강한 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당대 최고의 프론트맨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에디 베더의 보컬은 야수의 거친 면과 사색적인 부드러운 면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으며, 스톤 고사드와 마이크 맥크레디의 기타는 펑크 스타일 위주의 심플한 연주와는 다른, 70년대 하드록에 기반한 뛰어난 컴비네이션을 이루며 사운드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2집 이후 그들과 오랜기간 동안 단짝으로 활동하게 될 명프로듀서 Brendan O'Brien과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의 앨범 중 가장 에너지틱한 작품으로 반드시 들어봐야할 90년대 얼터너티브록의 명반이다.

Eddie Vedder - vocals
Mike McCready - guitar
Stone Gossard - guitar
Dave Abbruzzese - drums
Jeff Ament - bass guitar

* Producer : Brendan O'Brien, Pearl J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