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기다렸다. 기다린 만큼의 보람도 있다. 1997년 미니 앨범 GOSPEL OAK가 팬들의 목마름을 채우기에는 부족했기에 이번 신보 FAITH AND COURAGE는 더욱 반갑다. 메이저 레이블 <애틀랜틱(Atlantic)>에 새 둥지를 튼 후 선보인 첫 앨범이다. 장르 면에서도 다양해지고 사운드의 폭이 넓어졌다. 현재 대중 음악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명 프로듀서들이 한데 모여 그녀를 도왔다. 앰비언트(ambient)의 창시자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힙 합계의 거목 와이클레프 진(Wyclef Jean), 오코너의 붙박이 프로듀서 존 레이놀즈(John Reynolds) 등 면면만 살펴봐도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오코너를 돕는 ′조력자′의 화려함은 음악으로 직결된다. 팝, 록, 일렉트로닉, 포크, 힙 합, 레게 등 다채롭게 앨범이 꾸며졌다. 그녀가 선택한 변화의 몸짓이다. 감미로운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돋보이는 Jealous, 힙 합 비트의 Dancing lessons, 서정미가 돋보이는 The state i′m in, 켈틱 음악의 진수를 선사하는 The lamb′s book of life, 신비한 분위기가 압권인 Emma′s song 등 오코너의 음악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은 시네이드 오코너의 우주 안에서만 분다. 그 속에서도 그녀만의 굳건한 메시지는 물씬하다. ′자기검열′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녀는 앨범 커버의 마지막에 이 음반을 ′라스타파리′(Rastafari)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적었다. 라스타파리는 에티오피아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의 즉위 이전 이름. 그를 신봉하며 자신들의 땅인 ′아프리카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자메이카의 토속신앙이 바로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이다. 그녀의 관심사가 흑인 해방운동에 쏠려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작품에 레게 요소를 집어넣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오코너는 아버지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열악했던 가정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부모의 이혼은 8살 나이였던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결국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소매치기를 하는 등 비참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녀에게 부모는 원망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했다. 그녀는 이미 1집과 2집 앨범을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헌정 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아버지 나는 좋아요. 당신을 사랑해요’라며 Daddy I′m fine에서 말하고 있다. / gmv 2000년 07월 안재필

Producer : Kevin "She'kspere" Briggs, Scott Cutler, Jerry 'Wonder' Duplessis, Brian Eno, Skip McDonald, Anne Preven, John Reynolds, Adrian Sherwood, David A. Stewart, Wyclef J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