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실험정신과 함게 화려함으로 치장한 기묘한 하드록 밴드, 가비지(Garbage)의 세번째 정규 앨범 Beautifulgarbage.

우선 ′아름다운 쓰레기′라는 이율 배반적인 타이틀부터 의미심장하다. 이번 새 앨범도 기본적으로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산뜻한 팝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그 팝 음반을 위한 장치들은 다양하다. 인더스트리얼부터 록, 테크노, 힙 합 그리고 버블 검 팝 넘버까지. 그러나 도대체 인더스트리얼하고 버블검 팝하고 매치가 되는가? 바로 여기서 가비지의 의중이 드러난다. 이질적인, 서로 모순이 되는 극점에서 합일점을 도출해내는 음악. 가비지는 자신들의 그러한 의도를 ′Beautifulgarbage′라는 제목을 통해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프로듀싱과 각 멤버들간의 메카니즘도 그렇지만 특히 보컬 셜리 맨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룹의 홍일점 셜리 맨슨은 10대 초반부터 굿바이 미스터 매켄지(Goodbye Mr. Mackenzie), 엔젤피시(Angelfish) 등을 거쳐온 수준급 보컬리스트였지만 워낙 부치 빅의 존재가 컸기에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2장의 앨범을 거치면서 그녀의 보컬은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이젠 다른 멤버들을 압도할 경지에 이르렀다. 그만큼 자신감이 배어있으며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재니스 조플린에는 못 미치지만 코트니 러브 수준은 넘어섰다고 할까?
강력한 기타 리프와 보컬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Shut Your Mouth′. 투 스텝 리듬을 도입한 듯한 ′Androgyny′ 등은 가비지식 팝 음악과 힙 합의 만남이 이루어진 곡들이다. 예전보다 더욱 직선적이고 단순하게 노력하려고 애쓴 흔적들도 보인다. 블루스 느낌이 드는 ′Silence Is Golden′, 코트니 러브가 연상되는 가라앉은 음색이 지배하는 ′Breaking Up The Girl′ 같은 곡은 기타, 베이스, 드럼의 비중이 높아진 스트레이트 록 넘버다.
앨범에서 가장 ′예쁜′ 곡을 꼽으라면 단연 ′Can′t Cry These Tears′. 깨물어주고 싶은 예쁜 멜로디와 꿈결같은 셜리 맨슨의 보컬이 진행하는 이 곡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듣는 순간 황홀경에 빠질 정도다. 분위기는 좀 다르지만 ′Cup Of Coffee′나 마지막 트랙 ′So Like A Ross′는 가슴을 저미는 비장미가 흐르는 곡들이다.
유일한 버블 검 팝 ′Cherry Lips (Go Baby Go!)′에서 맨슨의 보컬은 혹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노래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발랄 그 자체다. 가볍긴 하지만 그리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곡도 과감히 부를 수 있기에 가비지는 ′Beautifulgarbage′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말로 단 한 곡도 버릴 게 없다 싶게 완벽에 가까운 음반. / oimusic 2001년 10월 고영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