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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Basement On The Hill [Digi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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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스미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 - 불완전함이 남긴 영원한 위로: From a Basement on the Hill
엘리엇 스미스는 1990년대초부터 인디/얼터너티브록 밴드 Heatmiser에서 활동 중 발표한 첫 앨범 Roman Candle (1994)로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 2003년 10월 비극적 사고사(당시 34살)까지 10년간 왕성한 활동을 통해 당대 가장 위대한 솔로 싱어송라이터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90년대 중후반 2집 셀프 타이틀 앨범 Elliott Smith (1995), Either/Or (1997), XO (1998) 등 여러 명반을 연이어 발표하고, 영화 Good Will Hunting (1997)의 OST로 대중의 주목까지 받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미덕은 언제나 ‘내밀함’에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귀밑에서 속삭이는 듯했고, 그의 어쿠스틱 기타는 연주자의 숨소리마저 음악의 일부로 치환하곤 했다. 그러나 2004년, 그의 갑작스러운 비극적 부재 이후 세상에 공개된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이자 유작인 From a Basement on the Hill은 그가 구축해 온 미학의 지평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확장 시킨 작품이다. 이 앨범은 단순한 애도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생전에 시도하고자 했던 가장 대담하고 거친 음악적 실험실이자, 고통 속에서 피워낸 찬란한 예술적 성취다.
1. 로파이(Lo-Fi)와 사이케델릭, 사운드의 텍스처
초기작인 Roman Candle이나 Either/Or가 포크 고유의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두었고, XO와 Figure 8이 비틀즈풍의 정교한 팝 오케스트레이션을 탐구했다면, 본작은 그 두 세계관의 격렬한 충돌을 보여준다. 엘리엇은 로스앤젤레스의 뉴 아메리칸 레코더스(New American Recorders) 스튜디오에서 직접 노브를 만지며 사운드를 만져나갔다. 그 결과물은 전작들의 매끄러운 믹싱과는 궤를 달리한다. 거칠게 일그러진 디스토션 기타, 의도적으로 왜곡된 테이프 이펙트, 그리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사이케델릭한 소음들은 마치 그의 혼란스러웠던 내면을 청각화한 것처럼 다가온다.
2. 고통의 연대기, 그리고 선율의 마법
앨범을 여는 "Coast to Coast"의 가차 없는 드럼 비트와 기타 노이즈는 이 앨범이 결코 온순한 포크 앨범이 아님을 선언한다. 그러나 이 거친 텍스처 밑에서도 엘리엇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Let's Get Lost": 초기 포크 시절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핑거픽킹과 겹겹이 쌓아 올린 보컬 하모니가 서글픈 대조를 이룬다.
"A Fond Farewell": "내 마지막 인사를 기쁘게 받아줘(This is a fond farewell to a friend)"라는 가사는 마치 다가올 운명을 예견한 듯 섬뜩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가장 따뜻한 멜로디 중 하나다.
"King's Crossing": 엘리엇이 생전에 "이 곡이 실리지 않는다면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했을 만큼 핵심적인 트랙이다. 거대한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 속에서 절규하듯 흘러나오는 보컬과 피아노는 가히 이 앨범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형태를 바꿀 뿐이다."
엘리엇 스미스는 소음과 불협화음 속에서도 끝내 아름다운 선율을 건져 올리는 천재성을 증명했다.
3. 미완(未完)이 주는 완전한 여운
음악 동료였던 롭 슈나프(Rob Schnapf)와 전 여자친구였던 조안나 볼메(Joanna Bolme)의 손을 거쳐 최종 포스트 프로덕션이 마무리된 이 앨범은, 본래 엘리엇이 구상했던 더블 앨범 형태의 완벽한 마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몇몇 트랙에서는 거친 러프 믹스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의 상태'야말로 이 앨범을 완벽하게 만든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보컬 테이크, 가사의 행간에 서려 있는 위태로움, 그리고 사운드의 과감한 공간감은 엘리엇 스미스라는 아티스트의 마지막 숨결을 가장 왜곡 없이 전달하기 때문이다. From a Basement on the Hill은 지하의 어둠 속에서 저 높은 언덕 위의 빛을 바라보던 한 예술가의 치열한 투쟁기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거친 소음의 숲 헤치고 흘러나오는 그의 멜로디는 이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린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위로로 남을 것이다.
그의 유작이 된 앨범은 사후 1년만인 2004년 10월 19일에 발매되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9위 및 인디 차트 1위에 올랐다.
* Producer : Elliott Smith, Rob Schnapf, Joanna Bolme
Recorded at New Monkey, Satellite Park, Audobahn Recording, Sunset Sound, Cherokee Recording, Fort Apache, Two Beers & Everybody Sings, Chateau Brion, and Elliott's homes in Portland and Los Ange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