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가 다가오기 전 카운팅 크로우스는 세 번째 정규앨범 THIS DESERT LIFE를 발표하며 다시금 우리들의 곁에 다가왔다. 사실 동양과 서양의 감성이 완전히 다른 덕분에 국내에서 이들의 인기는 미국과 다르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정진해온 독자적 음악성은 여전히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비교적 복고풍 사운드를 지향하는 텁텁한 키보드 사운드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보컬,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하드하게 추구하는 음악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를 꾀하는 기타 사운드는 역시 이들의 음악적 뿌리가 탄탄함을 느끼게 해준다.
수록곡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공명감 큰 드러밍으로 시작되는 오프닝 트랙이자 첫 싱글곡 Hanginaround는 백 보컬의 하모니가 재미있는 전형적인 미국식 멜로디를 들려준다. 컨트리와 로큰롤이 묘하게 결합되어 포근한 복고 멜로디를 선사하는 Mrs. potter's lullaby는 비교적 길지만 소프트한 곡으로 이들만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블루스적 끈끈한 리듬과 호소력 강한 보컬이 인상적인 Amy hit the atmosphere는 반복되는 멜로디가 서글픔을 전해준다.
경쾌한 리듬에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가 가미된 컨트리 록 넘버 Four days는 톡톡 튀는 리듬이 일품이다. 슬라이드 기타가 들릴 듯 말 듯 절묘하게 삽입된 All my friends는 비교적 쉬운 멜로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클래식 악기가 감각적으로 삽입된 High life는 그다지 화려한 연주를 즐기지 않는 얼터너티브 밴드들의 통념을 깨고 보통이 넘는 화려한 연주를 들려준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Colorblind는 처량한 멜로디로 슬픔을 노래하며 멜로딕하면서도 강렬한 기타 리프를 선보이는 I wish I was a girl에서는 귀에 쏙 들어오는 감칠맛 나는 멜로디를 구사한다. 비교적 차분하고 여유로운 공간감이 느껴지는 Speedway는 어둡지만 이들의 추구하는 수준 높은 음악의 일부임을 자랑하고 있다. 레게 리듬이 가미된 Saint robinson and his cadillac dream은 고전적인 키보드 연주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얼터너티브는 분명 한 시대를 대표한 역사적 장르이다. 하지만 한 세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도 그런 이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정통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두 부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대립할 것이다. 어느 쪽이 음악계에 살아남아 큰 영향력을 행사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유행이 큰 사이클을 가지고 순환하는 것을 보면 카운팅 크로우스 같은 정통성을 강조하는 그룹들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gmv 1999년 11월 이현재)

*AMG :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