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대 | - 축소
이 음반은 현재 2분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YES의 통산 10번째 앨범 Drama, 변화와 생존을 위한 프로그레시브의 드라마 (1980년作)
Yes의 1980년 작 Drama는 밴드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앨범 중 하나로 평가된다. 존 앤더슨의 독특한 보컬과 릭 웨이크먼의 화려한 키보드가 상징했던 Yes의 고전적인 사운드에서 벗어나, 뉴 웨이브 듀오 버글스(The Buggles) 출신의 트레버 혼과 제프 다운스를 영입하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이 앨범은 단순한 멤버 교체를 넘어,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황혼과 80년대 새로운 음악적 조류의 도래 속에서 Yes가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Drama"의 제작은 Yes 내부의 깊은 갈등과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됐다. 1978년 "Tormato" 앨범 이후, 존 앤더슨과 릭 웨이크먼은 밴드 활동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보다 가볍고 포크 지향적인 음악을 추구하려 했다. 하지만 스티브 하우, 크리스 스콰이어, 앨런 화이트는 Yes의 본질인 복잡하고 공격적인 프로그레시브 사운드를 유지하길 원했다. 이러한 음악적 견해차와 함께 투어 일정은 이미 잡혀 있었기에, 밴드는 빠르게 새로운 멤버를 찾아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버글스의 트레버 혼과 제프 다운스였다. 이미 "Video Killed the Radio Star"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뉴 웨이브 씬에서 주목받던 이들은, Yes의 오랜 팬이었던 혼의 제안으로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라인업 변화는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밴드는 앤더슨과 웨이크먼 없이도 Yes의 사운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Drama"라는 앨범 제목 자체가 당시 밴드가 처했던 '드라마틱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Drama"는 이전 Yes 앨범들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보컬의 변화가 발견된다. 존 앤더슨의 고음역대와 영적인 보컬은 Yes 사운드의 핵심이었다. 트레버 혼은 앤더슨의 보컬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모방하려 노력했지만, 그의 보컬은 좀 더 직설적이고 강렬한 면모를 지닌다. 이는 밴드의 전반적인 사운드에 더 무겁고 공격적인 느낌을 더하는 데 기여했다. 두번째로 키보드 사운드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릭 웨이크먼의 오케스트라적이고 클래식 기반의 키보드 사운드 대신, 제프 다운스는 보다 현대적이고 신디사이저 중심의 사운드를 도입했다. 특히 보코더(Vocoder)와 다양한 이펙트의 활용은 당시 뉴 웨이브의 영향을 강하게 반영하며, Yes 사운드에 새로운 전자음악적 질감을 부여했다고 평가된다.
작곡 및 편곡면에서 살펴보자면 "Drama"는 이전 앨범들에 비해 곡 길이가 대체로 짧아지고, 보다 직접적이고 록적인 에너지를 강조한다. "Machine Messiah"와 같은 대곡에서도 스콰이어의 강력한 베이스 라인과 하우의 날카로운 기타 리프가 전면에 나서며, 팝적인 요소를 가미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는 70년대 중후반 Yes 앨범들이 보여준 복잡하고 다소 난해한 구성과는 대조적이다. 예를 들어, "Fragile"이나 "Close to the Edge"에서 들을 수 있는 유기적이고 서사적인 전개보다는, 각 곡의 개별적인 완성도와 강렬한 인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이 앨범에서 크리스 스콰이어의 베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묵직하고 역동적인 베이스 라인은 "Machine Messiah"나 "Tempus Fugit"에서 곡의 중심을 잡으며, 밴드의 하드한 사운드를 이끌어간다. 스티브 하우의 기타 역시 이전 앨범들에서보다 날카롭고 금속적인 엣지를 가지며, 밴드의 변화된 사운드에 기여한다.
생존을 위한 과감한 도약
"Drama"는 Yes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그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통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 적응하려는 과감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앨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Machine Messiah"는 무려 10분이 넘는 대곡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Yes의 웅장함에 뉴 웨이브의 정교함과 현대적인 박진감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수작이다. 혼의 보컬은 앤더슨의 영롱함과는 다른, 단단하고 육중한 매력을 발산하며 곡의 스케일을 더한다. "Tempus Fugit"은 스콰이어의 맹렬한 베이스와 화이트의 정교한 드럼이 돋보이는 Yes 특유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곡으로, 새로운 라인업이 밴드의 고유한 연주력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Into the Lens"는 버글스의 곡 "I Am a Camera"를 Yes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으로, 팝적인 멜로디와 프로그레시브적인 복잡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이 앨범의 음악적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비록 "Drama"는 앤더슨과 웨이크먼의 부재로 인해 일부 팬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지만, 상업적으로도 영국 차트 2위, 미국 차트 18위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밴드가 새로운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비평가들 역시 대체로 밴드의 새로운 사운드를 환영하며, Yes가 8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음을 인정했다.
"Drama"는 Yes의 70년대 전성기가 끝나고 80년대 팝/록 지향적인 "90125" 시대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통해 Yes는 자신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급변하는 음악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단순히 멤버 교체로 인한 '대역 앨범'이 아닌, 밴드의 과감한 도전 정신과 음악적 진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서 "Drama"는 Yes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독특하고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한다. 이 앨범은 Yes의 전통적인 프로그레시브 사운드의 견고함과 80년대 뉴 웨이브의 신선한 에너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낸, Yes 음악의 또 다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 Produced by Yes (tracks: 1 to 12), Roy Thomas Baker (tracks: 13 to 16)
* Remastered By Bill Inglot, Dan Hersch at DigiPrep
* Rolling Stone : 8/10
* Pitchfork : 7/10
Trevor Horn - Lead vocals, Fretless Bass (on "Run Through the Light")
Steve Howe - Guitars, Backing vocals
Chris Squire - Bass, Backing vocals, Piano (on "Run Through the Light")
Geoff Downes - Keyboards, Vocoder
Alan White - Drums, percussion, backing voc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