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유산(The Great Expectations)을 위한 아름다운 사운드트랙

멕시코 출신으로 이제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같은 상업 영화부터 칠드런 오브 멘 (Children of Men), 그래비티 등을 제작하며 거장급으로 올라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 초기 작품인 위대한 유산(The Great Expectations, 1998년 作)의 사운드 트랙. 국내에서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기네스 펠트로, 에단 호크 주연의 아름다운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인인 원작자 찰스 디킨즈의 고전이라는 점 때문인지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트랙에는 미국과 영국의 다양한 실력파 모던 록 밴드들이 골고루 곡을 제공하고 있다.
사운드트랙에는 한참 선배인 그레이트풀 데드(The Greateful Dead)나 이기 팝(Iggy Pop)의 고전 넘버들은 물론 이제는 세상을 떠난 90년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두 보컬리트스 크리스 코넬(사운드가든, 오디오슬레이브)이나 보컬 스콧 웨일랜드(스톤 템플 파일러츠, 벨벳 리볼버)의 - 각자의 밴드 시절과는 비교되는 - 색다른 솔로 작품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서정미와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감동적으로 본 사람이라면 그런 곡들 중에서도 백미는 (아마도 일반에게도 귀익은) 모노의 Life In Mono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Siren, 앞서 언급한 크리스 코넬의 Sunshower,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제곡처럼 쓰인 고전 베사메 무초(Besame Mucho)가 바로 그런 곡들일 것이다. 전세계으로 유명한 이 곡은 멕시코 출신인 감독의 영향이 아닐까도 싶은데, (원작 소설이 아닌) 영화의 장면에서 너무나 멋지게 사용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곡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운드트랙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단순히 좋은 곡들을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곡이 아니라면 다른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장면 장면에 최적의 곡으로 삽입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더불어 영화의 크레딧에도 나왔던 그림들이 부클릿에도 담겨 있는데, 이것 역시 꽤나 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