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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 스매싱 펌킨스의 명반 Siamese Dream (1993년 作)
엄격히 말하면, 본 앨범은 밴드의 브레인이자 리더인 빌리 코건과 부치 빅(現, Garbage의 리더)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선 작곡과 연주 등에 있어 (심지어 베이스까지) 빌리가 대부분의 작업을 해냈다. 또한 당시 평론가들과 팬들에게 Gish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이하와 다아시가 연인에서 동료 사이로 변화중이었고, 그나마 드러머 지미는 (이후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연마하며 빌리의 음악작업을 도와주었다.
한편 음악적으로 볼 때 프로듀서 부치 빅은 익히 알려졌듯이 너바나의 데뷔 앨범 Nevermind의 폭발적 성공으로 얼터너티브계의 명 프로듀서로 이름을 높혀가고 있었는데, Nevermind와 비슷한 시기 발매된 이들의 데뷔 앨범 Gish에 이어 다시한번 프로듀서를 맡은 그는 본 앨범에서는 데뷔 앨범의 몽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대신, 퍼즈 톤을 주로 사용하며 보다 폭발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스매싱 펌킨스의 서정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놀랍게도 이러한 (한때 빌리가 해산을 걱정할 정도로) 우려스러운 분위기에서도 이들이 만들어낸 두번째 결과물에 대한 평단의 평가와 대중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기존에 유행하던 시애들 그런지 록이나 R.E.M.을 중심으로 하는 칼리지 록과는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며 평단은 극찬 일색이었으며, Today, Quiet, Disarm, Geek USA, Cherub Rock, Rocket 등의 연이은 히트로 밴드는 단숨에 정상에 오른다. 1993-1994년 당시 절정을 찍고 하향세를 걷기 시작한 시애틀 그런지와는 다른 사운드로, 이들과 종종 비교가 되던 너바나의 In Utero를 능가하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시카고 출신의 스매싱 펌킨스는 여러면에서 90년대초 제인스 어딕션, RHCP 등의 얼터너티브 록이나 분노에 차있던 시애틀 그런지 록들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퍼즈톤을 입힌 빌리 코건의 현란한 기타 솔로와 지미 챔벌린의 수준 높은 드러밍은 이들의 초기 시그니쳐 사운드가 되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여전히 영국/유럽의 언더그라운드 80년대 슈게이징/드림팝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서정성 있는 곡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isarm이나 Today 이외에도 Soma, Mayonaise, Spaceboy 등 후반부의 곡들은 가끔은 노이즈 섞인 기타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노보다는 상당히 조용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다. 이를 보고 평론가들은 다른 얼터너티브 밴드들과는 다른 스매싱 펌킨스만의 얼터너티브와 슈게이징이 만났다거나 초기부터 보여준 드림팝/록이라고도 했다.
이후 밴드는 2년뒤인 1995년에 발매된 더블 앨범 대작 Melon Colie 앨범에서 마침내 음악인 면과 상업적인 면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절정기를 맞이했다. 흔히 1, 2집과 비교하며 만개했던 3집을 최고의 앨범으로 꼽기도 하지만,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이 2집을 이들의 최고 앨범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최고냐를 떠나서 적어도 2집은 3집과 단절된 것이 아닌, 충천된 음악적 자신감으로 다음 앨범이 성공할 가능성을 열어준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 Producer : Butch Vig, Billy Corgan
* Remastered by Bob Ludwig (2011)
* AMG : 10/10
* Pitchfork : 10/10
Billy Corgan - Lead vocals, guitars, bass guitar, Mellotron on "Spaceboy", string arrangements, production, mixing
James Iha - Guitars, backing vocals
D'arcy Wretzky - Bass guitar, backing vocals
Jimmy Chamberlin - Dru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