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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히 말하면, 본 앨범은 밴드의 브레인이자 리더인 빌리 코건과 부치 빅(現, Garbage의 리더)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선 작곡과 연주 등에 있어 (심지어 베이스까지) 빌리가 대부분의 작업을 해냈다. 또한 당시 평론가들과 팬들에게 Gish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이하와 다아시가 연인에서 동료 사이로 변화중이었고, 그나마 드러머 지미는 (이후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연마하며 빌리의 음악작업을 도와주었다.
한편 음악적으로 볼 때 프로듀서 부치 빅은 익히 알려졌듯이 너바나의 데뷔 앨범 Nevermind의 폭발적 성공으로 얼터너티브계의 명 프로듀서로 이름을 높혀가고 있었는데, Nevermin와 비슷한 시기 발매된 데뷔 앨범 Gish에 이어 프로듀서를 맡은 그는 본 앨범에서는 데뷔 앨범의 몽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대신, 퍼즈 톤을 주로 사용하며 보다 폭발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스매싱 펌킨스의 서정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지만 이러한 (한때 빌리가 해산을 걱정할 정도로) 우려스러운 분위기에서도 결과적으로 Today, Quiet, Disarm, Geek USA, Cherub Rock, Rocket 등의 연이은 히트로 93년 발매 당시 절정이었던 시애틀 그런지와는 다른 사운드로 종종 비교가 되던 너바나의 In Utero를 능가하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화려하고 헤비한 곡들도 많지만, 자세히 보면 오히려 서정성 있는 곡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보고 평론가들은 다른 얼터너티브 밴드들과는 다른 스매싱 펌킨스만의 얼터너티브와 슈게이징이 만났다거나 초기부터 보여준 드림팝/록이라고도 했다. Disarm이나 Today 이외에도 Soma, Mayonaise, Spaceboy 등 후반부의 곡들은 가끔은 노이즈 섞인 기타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노보다는 상당히 조용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다.
이후 밴드는 95년에 발매된 대작 Melon Colie 앨범에서 마침내 음악인 면과 상업적인 면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절정기를 맞이했다. 흔히 1, 2집과 비교하며 3집을 최고의 앨범으로 꼽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2집을 선택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최고냐를 떠나서 적어도 2집은 3집과 단절된 것이 아닌, 충천된 음악적 자신감으로 다음 앨범이 성공할 가능성을 열어준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