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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이후의 얼터너티브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스매싱 펌킨스의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걸작,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시카고 출신의 얼터너티브 밴드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가 지난 해 말엽에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각각 Dawn to dust 와 Twilight to starlight 라는 부제를 달고-리더인 빌리 코건은 부제를 붙인 것은 수록곡의 구분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 이 작품이 절대로 컨셉트 앨범이 아님을 언급한 바 있다-발매된 이 더블 앨범은 28곡에 달하는 방대한 수록곡과 새로운 프로듀서의 기용-전작의 프로듀서로서 현재 가비지(Garbage)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부치 빅(Butch Vig)에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와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그리고 U2의 Zooropa 앨범을 탄생시킨 플러드(Flood)와 앨런 모울더(Alan Moulder)로-에 따른 음악적 노선의 약간의 수정, 그리고 더블 앨범이 지니기 힘든 탄탄한 짜임새와 뛰어난 완성도 등 확실히 밴드의 경력에 일격을 가할 만한 그런 작품이었다.
1988년, 빌리 코건(Billy Corgan:보컬, 기타)과 일본계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James Iha)를 주축으로 다시 렛스키(D′Arcy Wretsky, 베이스)와 지미 챔벌린(Jimmy Chamberlin, 드럼)의 라인업으로 결성된 밴드 스매싱 펌킨스가 현재까지 발매한 앨범은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포함하여 Gish(′91)와 Siamese Dream(′93) 등 세 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그들의 미발표 곡들만을 모아 선보인 Pisces iscariot(′94) 등 총 4장이다.
비정규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고는 하지만 정규 앨범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은 Pisces iscariot와 마찬가지로 그 사연만큼이나 구구 절절한 앨범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국내 라이선스만으로는 접할 수 없다는 현실은 그들의 소속사인 EMI와 Siamese Dream 이후 국내에 두터운 층을 형성한 그들의 지지자들 모두에게 너무도 가혹하며 커다란 손실을 안겨 주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앨범의 한국 발매를 가로막은 주범은 심의 제도였고 그 동조범이 바로 스매싱 펌킨스 자신이었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에 수록된 두 곡 Fuck you(an ode to no one)와 X.y.u.에 던져진 국내 심의 의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결국 금지곡이라는 판정의 망치를 휘두르게 되었고 온갖 공을 들여 만든 자신들의 작품이 가위질 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불끈한 밴드 멤버들이 두 곡을 잘라 버리느니 차라리 한국 발매를 거부하겠다고 맞받아 치며 이 앨범의 운명은 급기야 종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Astro-creep:2000의 11곡의 수록곡 중 2곡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곡이 금지곡 판정을 받았지만 문제된 부분을 모조리 수정한 클린 버전으로 라이선스화에 성공한 화이트 좀비(White Zombie)와, 그들과는 대조적인 자세로 일관한 스매싱 펌킨스에게서 진정한 뮤지션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면모 모두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지만 사건의 전말이야 어떻든, 또 그들의 선택이 어찌되었든, 더블 앨범은 장사가 안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현재 미국에서만 6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이 작품을 바라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할 국내 팬들에게 그들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끝없는 슬픔′을 안겨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