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의 역사로 완성된 하드코어 메탈 사운드의 진수 CiSTm K0nFLiqT

매 앨범마다 새롭고 독특한 음악적 시도로 진보적인 하드코어 사운드를 들려 준 매드 캡슐 마케츠의 2004년 새 앨범 'CiSTm K0nFLiqT'. 앨범의 타이틀 ‘CiSTm K0nFLiqT’ 는 컴퓨터 용어로 ‘2개의 시스템의 대립’ 이라는 의미로,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 역시 전작들의 기계적인 코어 메탈 사운드와 분노 넘치는 메시지를 기조로 다소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를 배가시켰다. 그들 특유의 재기 넘치는 역설적인 신나는 멜로디는 여전히 곡 구석구석에 내재되어 있어, 과격한 사운드를 중화시켜 주는 감초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초반부의 'Retalk' ‘Bomb Idea’에서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분노에 넘치는 호쾌한 기계적인 사운드를 여전히 감지할 수 있다. 싱글 커트되어 예약판매율 1위를 기록한 트랙 ‘Scary’는 다소 반전된 다운비트 넘버로 그들이 본 앨범에서 새롭게 표방해 내고 있는 사운드이다. 이어 본 앨범의 타이틀곡인 ‘W.O.R.L.D’ 는 몽롱한 테크노 사운드를 전반부에 깔아 매드 캡슐 마케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멜로디컬한 하드코어 사운드와 절묘히 조화시켜 맛깔스러운 넘버를 탄생시켰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베이시스트 다케시(Takeshi)의 보컬과 함께 신나게 달리는 ‘Sunny Beach RD’, 전작 '010' 앨범 ‘Fly High’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트랙 ‘Happy Ride’, 전곡들과는 전혀 의외의 색을 띄고 있는 부드러운 트랙 ‘She Loves It’ 등 대체적으로 그들의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실험적인 사운드로 다양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일본의 유명 테크노 뮤지션 ‘Joujouka’의 곡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한 ‘Let It Rip’과, 전형적인 매드 캡슐 마케츠식 넘버 'Grim Monster' 'CiSTm K0nFLiqT'에서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통쾌한 극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트랙 구성을 보여 주고 있다. 많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 속에 3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극도의 하드 사운드가 엉켜져 있는 기계적인 결합체라고 할 수 있던 전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운드를 전해 준다. 전반적으로 여유와 파워를 일정한 틀 속에서 적절하게 분배해 내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으며, 그에 비해 음에 대한 타협성은 좀더 깐깐해진 느낌도 든다. 촘촘히 잘 정돈된 음들이 부드럽고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전 앨범들보다 역시 완성도 있는 탄탄한 느낌을 주어 3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멤버들 자신이나 팬들에게 제대로 보상해 주고 있다.

전세계 록팬이 인정한 매드 캡슐 마케츠 재조명의 기회

오랜 활동 기간동안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지 좀더 분명해진 듯한 이번 앨범이 일본과 거의 동시에 한국에 라이센스되어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서양의 소위 잘 나가던 록 밴드와 동등한 지지와 환호를 받을 정도로 열혈 매니아를 이끌어 온 만큼, 매드 캡슐 마케츠는 빅밴드들의 실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 음악을 선보여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 음악 공급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몰이를 해온 매드 캡슐 마케츠의 음악을 이제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한정된 곳에서 어렵게 구매하는 것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데뷔 14년차의 록밴드 매드 캡슐 마케츠. 이미 미국과 유럽 록 씬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작년에는 동양 밴드 최초로 ‘Ozz Fest UK’의 메인 무대에 서 그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신작 발매 후에도 영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외 뮤지션과의 공동작업, 일본 전국 투어 등 지치지 않는 그들의 하이브리드적인 음악 여정이 국경을 초월해 국내에서도 활기를 띄고자 하고 있다. (서울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