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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들의 가장 과소평가된 R.E.M.의 후기 명반, Reveal (Warner Bros., 2001)
오리지널 멤버 빌 베리(드럼)가 떠난 뒤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R.E.M.의 여름이었다. Up이 어둡고 밀폐된 실내에서 헤매던 기록이었다면, Reveal은 문을 열고 햇살 속으로 한 발짝 나선 순간처럼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기타가 주인공인 세상은 아니었다. 대신 신스와 스트링, 부드러운 퍼커션이 레이어되어 물결처럼 흐르고, 그 위로 마이클 스티프의 목소리가 — 이제는 더 느슨하고, 더 관능적으로 — 떠다닌다.
앨범은 “The Lifting”으로 시작한다. 에테리얼한 패딩과 멜로디가 공기처럼 퍼지며 청자를 바로 끌어당기는 곡. 이 한 곡만으로도 Reveal이 단순한 ‘회복’ 앨범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I’ve Been High”는 거의 환각적인 서정성을 띠고, “Imitation of Life”는 —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듯 — 후기 R.E.M.의 가장 빛나는 싱글 중 하나다. 리켄배커 스타일의 재기 넘치는 기타와 넘실대는 스트링, 그리고 “This sugar cane, this lemonade”로 시작하는 그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아픈 가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2001년의 라디오에서조차 순간적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Peter Buck은 인터뷰에서 이 앨범을 “warm and layered and analogue”하면서도 “a distance and breath to it that's modern”이라고 표현했다. 정확히 그 말이다. Reveal은 아날로그의 온기와 디지털의 숨결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하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사운드다. “All the Way to Reno (You’re Gonna Be a Star)”의 프레리 기타와, “Beachball”의 멜랑콜릭한 알 그린풍 혼, “I’ll Take the Rain”의 쓸쓸한 비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긴 여름 오후처럼 연결된다. 록은 거의 없다. 드라이브나 날카로운 에지는 없다. 대신 river rock처럼 매끄럽게 다듬어진 표면 위로, 잔잔한 파문이 일렁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Reveal은 점점 더 과소평가된 명반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20주년 즈음 Stereogum은 “most underrated album in a hallowed catalogue”라고 썼고, PopMatters는 “particular maturity and balance unique to their oeuvre”라고 평했다. 전성기의 폭발력은 없지만, 그 대신 성숙한 평온과 자기 인식이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할 수 있다는, 그런 깨달음이 담겨 있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 “Saturn Return”이나 “Disappear” 같은 트랙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고, 전체적으로 rock energy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야말로 이 앨범의 본질이기도 하다. R.E.M.은 더 이상 세상을 뒤흔들 필요가 없다는 듯, 그냥 아름다운 진공 속에서 숨을 쉰다. “Beat a Drum”에서 스티프가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 순간 — “halfway from coal, halfway to diamond” — 이 앨범 전체가 담겨 있는 것 같다.
Reveal은 위대한 앨범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편안하고, 가장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앨범 중 하나다.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이 들어오는 저녁에,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드라이브할 때. 그러면 문득, 이 음악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 Producer : Pat McCarthy, R.E.M.
- Peter Buck
- Mike Mills
- Michael Stipe
* 싱글
- Imitation Of Life
- All The Way To Reno (You're Gonna Be A Star)
- I'll Take The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