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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데뷔해 이번 가을에 선보인 5집까지, 김장훈의 가수 이력도 어언 [10년 짬밥]을 헤아린다. 1집과 2집을 냈을 때 그에 대한 평가는 사실 환영 일색은 아니었다. 음정 불안이라는 치명적 의구심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김장훈은 꾸준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 가창력을 절차탁마했을 뿐 아니라, 콘서트 관객을 자유자재로 웃겼다 울렸다 할만큼 흡인력 있는 가수로 성장했다. 그런 김장훈이 이번 5집에서는 또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억새풀 같던 땟깔을 벗고 이제 막 정원에 옮겨심은 듯한 들풀 냄새를 풍긴다. 김현식과 전인권의 [거친 바람] 소리에다, 이문세의 멋스러운 허밍을 얹어놓은 듯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번안곡 [굿바이 데이], 윤종신 곡 [그대 잘가요], 유영석 곡 [슬픈 선물]에서는 이문세풍 발라드로 기운 느낌이 더욱 증폭된다. 5집 [바보]의 승부처는 바로 여기겠다 싶다. 김형석, 이동원, 박진영 등의 작곡가, 함춘호와 강수호 등의 세션도 5집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똑같이 내지르는 대목이라도 목소리는 전과 달리 절제된 감정 표현과 슬픈 선율에 감싸여 있다. 최근 발라드 음악들처럼 세련미를 살렸다. 그 대신 김장훈 보컬의 풋풋함과 자유분방한 힘을 상당 부분 포기한 건 아쉽다. 안지홍 곡을 김형석이 재편곡한 9번 곡 [오페라]가 되려 종전 김장훈 매력을 살리면서도 새 돌파구를 찾는데 적합하지 않나 싶다. 담백하면서 멋과 재미가 있는 김장훈 노래가 거기 있다. 올해 접한 노래 중 강산에 [코메디]에 이어 드물게 건진 수확으로 꼽고 싶은 곡이다. (김종휘 가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