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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은 1972년 결성되었다. 앤디 라티머(Andy Latimer), 덕 페르구손(Doug Ferguson), 앤디 워드(Andy Ward), 피터 바든스(Peter Bardens)의 4인조는 그 해에 데뷔작 Camel과 1974년의 Mirage를 발표하면서 나름 순조롭게 출발했다. Mirage는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고 12분46초짜리 대곡 ′Lady fantasy′와 ′Freefall′이라는 애청곡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카멜 밴드의 면면들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바뀌었다. 리더인 앤디 라티머의 음악비전이 다른 멤버들과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킨 결과였고, 라티머의 욕구에 따라 카멜의 음악도 적잖이 요동을 쳤다.
앤디 라티머가 지향하는 것이 서정성이란 것이었고, 그것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준거라고 할 실험하고는 조금 격리된 것이어서 ′팝적인′ 성향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평단은 이에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1984년의 Stationary Traveller를 포함해 결성 이래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지만 어느 것도 평론가들이 선정한 ′명반′의 영광을 누린 바 없었다.
이런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 우리한테 좋으면 그만이었다. Stationary Traveller는 1982년 앨범 The Single Factor를 전후에 라티머를 제외한 전 멤버들이 떠나면서 맞은 위기를 극복해준 카멜의 회심작이었다. 새로이 들어온 네덜란드 아트 록 밴드 ′카약′의 키보드주자로 여기서 ′After words′를 쓴 톤 세르펜질(Ton Scherpenzeel)의 활약이 컸다.
전반적으로 멜로디는 간결해지고 대중적 흡수력은 상승했다. 그래도 앨범의 마술사는 어디까지나 앤디 라티머였다. 그의 기타로 록 스타일이 구현되었을 뿐 아니라 ′Stationary traveller′와 같은 곡에서 구사한 아련한 팬파이프 연주 등을 통해 청취미학을 높이면서 앨범을 ′80세대의 추억′으로 만들어주었다.
′West Berlin′이란 곡이 암시하듯 독일이 동서로 갈려있던 당시, 분단의 아픔을 그렸다는 점도 같은 처지인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민족이면서 갈려있다면 그들은 ′정주하는 방랑자′이며 어쩌면 그것은 인간 삶의 본질일 수도 있다. 인생은 정말 늘 ′긴 이별′ 아닌가. 이 컨셉(Concept)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소외와 처연함이다.
′Long goodbyes′는 근래 인기절정인 개그맨 김구라가 텔레비전 프로 ′라디오스타′에서 부르면서 일각의 시청자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곡에 대한 감동을 간직한 사람이 어디 김구라뿐이랴. 1970년생인 그의 동세대 상당수가 그 시절 ′Long goodbyes′와 ′Stationary traveller′에 빠져들었다. 서정성의 추억! 우리 팬들이 그 서정성에 만취해 골라낸 우리만의 앨범이요, 망각할 수 없는 기억이다. / 발췌, 임진모 (jjinmoo@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