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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Slippery When Wet과 New Jersey 2장의 앨범으로 전세계를 호령했던 록밴드 BON JOVI의 1992년 5번째 정규 앨범, Keep The Faith.
1,2집이 멤버들 대부분이 갓 스물을 넘긴 나이로 발표했던 풋풋했던 앨범이었다면, 3집과 4집은 20대 중후반 패기에 약간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20대 록커로서는 정점에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Bon Jovi는 4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와 그보다 훨씬 많은 Top 40 히트곡들을 쏟아내며 그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존재로 발돋움했다. 물론 강력하고 비대중적이었던 정통 헤비메틀의 입장에서는 MTV를 이용한 본 조비의 비주얼적인 매력과 접근하기 쉬운 멜로디라인이 못마땅했으며, 평론가들 역시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적잖이 쏟아내기도 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껏 Bon Jovi가 어쨌든 누구보다도 80년대 헤비메틀의 대중화에 1등 공신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본 조비는 데뷔 이후 앨범을 1장씩 낼 때마다 연주든, 사운드든, 작곡이든, 아니면 앨범의 기획 구성력이든 어떤면에 건간에 꾸준히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이들이 88년에 발표한 New Jersey는 젊었던 시절 이들의 정점이었고, 영국 출신의 데프 레파드가 비슷한 시기 발표했던 Hysteria와 함께 80년대 팝메틀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정상에 선 이후 밴드의 주축인 존 본 조비와 리치 샘보라는 20대후반이 된 90년대 이르러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판매고보다는 깊이있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발표한 각자 솔로 앨범 Blaze Of Glory와 Stranger In This Town은 상당한 호평과 함께 대중적으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두 앨범은 언틋 색깔이 달랐지만 웨스턴 문화의 상징인 컨츄리와 블루스라는 아메리카의 뮤직의 뿌리에 근접하려했다는 점은 공통점이었다. 한편 앨범이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고 각자 활동에 집중하자 당시 한참 해체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밴드는 그러한 루머를 날려버리고 1992년 11월 Keep The Faith라는 앨범으로 4년여만에 오리지널 멤버 그대로 컴백했다. 요즘에는 4년이라는 공백이 신인 밴드가 아닌 이상 베테랑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 기간이지만, 1-2년 주기로 앨범을 내던 당시로서는 꽤 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1988년과 1992년이라는 4년 사이에는 X 세대의 등장과 음악계에서도 시애틀 그런지와 칼리지록등으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록, 랩/힙합의 폭발적 성장이라는 엄청난 문화적 혁명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80년대말의 상징이었던 이들의 컴백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 이유였다. 이들의 선택은 헤비메틀에서 한발짝 벗어나 자신들 고향의 대선배인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같은 아메리칸 하드록으로의 변화였다. 헤비메틀이라고 부를만한 넘버도 몇곡 포함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타이트하기 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특히 당시 머틀리 크루, 블루머더, 메탈리카의 앨범을 제작해 성공을 거둔 프로듀서 밥 록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80년대의 본 조비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벼운 파티록 분위기를 상당수 덜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앨범부터 이들은 더 이상 20대가 아닌 30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첫 싱글로 커트된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 Keep The Faith와 현재까지 20여년간 본조비 커리어 중 가장 대곡인 Dry County는 본 앨범에서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주목해야할 곡으로 이전의 앨범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스타일의 곡이다. 전자는 간결해지고 세련된 구성으로 80년대스러운 색깔이 걷혀졌고, 후자는 이후의 모든 앨범들을 포함해 그들의 모든 곡중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진지한 곡이 아닐까 싶다. 또한 두 곡에서는 솔로 앨범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리치 샘보라의 기타 연주가 일취월장한 점도 눈에 띈다. I Believe와 In These Arms같은 곡들은 뛰어난 멜로디의 록 넘버로 New Jersey의 사운드가 약간은 남아있지만 편곡이나 분위기가 80년대와는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 반면 진지하면서도 성숙미가 느껴지는 Bed Of Roses는 이들의 대표 발라드 중 하나로 싱글로 크게 히트했며, 그외에 경쾌한 로큰롤 넘버 I′ll Sleep When I′m Dead, Blame It On The Love Of Rock & roll, Little Bit Of Soul은 60-70년대의 복고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트랙들이다. 결과적으로 앨범 Keep The Faith는 훌륭한 퀄리티로 80년대 팝메틀 밴드들에게는 제대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90년대초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업적으로 여러 싱글을 발표하며, 데프 레파드, 건즈 앤 로지즈, 메탈리카, 메가데스 등 거물급 밴드들과 함께 그나마 80년대 메틀 밴드들의 명성을 유지했다. 미국에서도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등 괜찮은 반응이었지만 전통적으로 그들의 팬들이 많은 영국, 유럽, 일본, 아시아 지역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얻었으며 전성기보다 못했지만 현재 역대 그들의 앨범 중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가장 소중한 작품 중 하나로 남아있다. 다만 아쉽게도 제목과 달리 본 앨범의 활동을 끝내며 오리지널 베이시스트 알렉 존 서치는 팀을 떠나게 되었다.
* Producer, Mixed By - Bob Rock
* Photography - Anton Corbijn
* 2CD Special Limited Edition